워홀 2년동안,
한인 마트에서 일을 했다.
한인마트에 찾아온, 황희찬 선수님 | 한인마트에 찾아온, 백승호 선수님 |
한인마트에서 일하는 동안,
2년이라는, 제한 시간동안 최대한 나를 성장 시키고 싶었다.
그렇지만, 물리적으로 나는 여전히, 한국 커뮤니티를 떠나지 못한 상태였다.
그래서, 뭐랄까, 더, 적극적으로 했던 것 같다. 영어의 지경을 확장시키기 위해서.
영국에서 지내면서 특히 느낀건, 한국에 있을 때 학교에서 배운 발음들과,
영국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단어들은 상당히 다른 게 많다.
그 중에 간단히 예를 들면,
Tax 는 영국에서 탁스 에 가깝게 발음이 된다.
Apple은 아플에 가깝게 발음이 된다.
Bag은 바(그)
sad 는 사드
bad 바드,
bed 베드
dad는 다드
dead 데드
뭐 이런 식이다.
어느 날, 동료가 손님에게 Would like a bag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.
영국스럽네, 포인트가 뭘까?
발음의 포인트를, 나름대로 분석해보고
나의 발음을 바꾸려고, 연습해보았다.
Bag과 Back 두 발음을 같이 연습하고 있었는데
우쥬라익 어, 바(ㄱ)(bag)
아이 해브 어 프롸블럼 인 마 박ㅋ(back)
처럼 연습을 하고 있었다.
생각날 때 마다 5번씩 말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.
그러던, 어느 날 손님이 왔는데,
영국인 백인, 남 녀 커플이었다.
당시엔, 괜히, 원어민이 말을 걸면 괜히
틀릴까봐 긴장하던 시절이었다. (이민자가 말걸 땐, 자신 있었지만, 네이티브가 말 걸면 쫄았음)
습관적으로, 가방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는데
튀어나온 말은,
우쥬라익 어 빸(ㅋ) 였다.
Would you like a back
말을 하는 순간 알았다.
발음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걸,
그런데 괜찮겠지 뭐, 하고 봉투를 꺼내는 찰나에
그 커플이 자기들끼리만 들리게 나지막하게, 웃으며 얘기하는 걸 들었다.
("Would you like a back(snickering)(snickering)(snickering)")
커플이 떠나고 나서,
그 때, 얼마나 민망했는 지 막 식은 땀이 났다.
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상황을 이어나가려고, 정신줄 부여잡았다.
나의 맘속에는 허영심이 있다.
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,
나에게는, 백인들의 영어가 참 멋있게 들렸다.
그것에 대한 동경? 으로 인해서 그들의 발음을
유심히 생각해보고 따라해보고 했었다. (지금은 상대적으로 덜 집착하는듯)
어쩌면, 영국에 온 동기중, 가장 밑바닥에는, 그 것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도 있겠다.
그러던 도중, 입에서 나온, 망가진 영어로 인해,
의도치 않게, "나는 네가 부러워서 따라 하고 있었어요"
속마음이 까발려진 것 같아
너무 민망하고, 창피하고 부끄러웠다.
그 때는 몰랐었다.
이런 경험이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 자에게는,
엄청나게 흔한 경험이라는 것을.
영국에 있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.
무언가를 좋아하기 때문에,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
헌신을 했기 때문에, 마음이 더 가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었다.
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,
좋아서 시작한다고 지만,
지금 보면, 그것은 사실 호기심에 시작한 것 이었다.
그러나, 대상이 되는 그 것에, 정성을 쏟고, 땀을 쏟고,
수모를 불사하게 되면,
비로서, 점점 더 그것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.
영국에 오기전에는,
풋내기 사랑으로 영어를 짝사랑 했지만
쌓여가는 에피소드와 함께,
그 짝사랑이 애정으로 변해가는 것만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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